이 삼색 고양이는 내 짱친이다.
몇 살인지 모르지만 자기가 선택한 이 공간에서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인사를 건넸다. 이 날 이 고양이를 본 건 3주 만이었다. 오늘은 집에 있겠지, 오늘은 타이밍이 안 맞았겠지 등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못 봤던 거 같아서 날짜를 세어보니 3주였다. 그리고 며칠 전 늘 놓여있던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이 치워진 걸 봤었다. 나도 모르게 그 순간 아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생각했다. 내내 마음이 무겁고 속상했던 날들이 며칠 흐르고, 습관처럼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 고양이가 누워이었다. 와 그때 그 마음은 정말.
너무 반가운 마음에 옆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 보이게(안보이면 경계한다) 머리까지 야무지게 넘기고 고양이를 불렀고, 대답하며 총총 나에게 걸어와주었다. 목소리가 약간 쉰 것 같았는데 감기에 걸렸던 걸까 ㅜㅜㅜㅜㅜ
가까이 와서 이렇게나 친밀함을 표한 고양이다. 손에 한 번 머리를 부비더니 냄새를 열심히 맡아본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는데 뭐야.. 감동.. ㅜㅜ 어디 갔었어 보고 싶었잖아 잘 지냈어? ㅠㅠ 하면서 혼자 얼마나 많은 안부의 말을 쏟아냈는지 모른다.
자기 나름의 친한척을 나에게 다 해주고는 늘 그랬듯이 내 주변을 한 바퀴 돌아 햇볕이 드는 곳에 드러누웠다.
보고 싶었던 내 마음을 알긴 아는지, 햇볕 좋은 날 그저 기분 좋게 뒹구는 고양이다. 이런저런 손길을 다 받아주는 내 짱 친고 영아 아프지 말고 자주 나와서 햇볕 쬐고 사랑받는 거 보여달라고 ㅜㅜㅜ
그렇게 내 앞에서 궁디팡팡을 유도하던 삼색이는 등을 쓰다듬어주면 이렇게 옆으로 픽 쓰러지듯 누워서 손길을 받아준다. 귀랑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아하고, 턱 밑을 긁어 주는 것도 좋아하고, 배를 만지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 딱 하나 거부하는 건 손을 잡는 것. 배 만져주면 허공 꾹꾹이 하는데 그래서 손 잡는 걸 싫어하나? 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또 나를 길바닥에 두고 가버리는 삼색이다.
봄이 서서히 물러가고 이제 더운 여름이 올텐데 그전에 딱 좋은 지금의 온도를 고양이들이 많이들 만끽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햇볕 아래 편하게 눈을 감고 냥합성도 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기분 좋게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나 보면 잠시 한 번만 쳐다봐주고 오래 인사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저 밑으로 가라앉았던 마음이 둥실 떠올랐다, 고양이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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