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길에 우연히 만난 따뜻함.
결항된 다음 날, 여전히 날씨가 흐렸던 제주다. 오늘도 비행기가 못뜨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가득 안고서, 아침을 먹으러 검색한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날씨가 흐려도, 제주의 바다는 또 그것대로 예쁜 모습을 보여줘서 천천히 지나가던 중에 멀리 무인카페가 보였고, 가던길을 멈추고 카페로 들어가려고 차에서 내렸다. 역시, 하루의 시작은 커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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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해놓고, 담너머로 본 애월의 바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쳐도 여러색감을 가진 건 변하지 않는게 참 신기하고 예쁘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 푸른빛이 더 에메랄드 빛으로 보였겠지? 흐린날, 맑은날, 비오는 날까지 몽땅 즐기고 가는 제주여행이 되었다. 이런 흐린날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은 또 그것대로 운치가 있겠지라고 다독이며, 휘날리는 머리 붙들고 카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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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내포구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던 무인카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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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10년부터 이어져온 오랜 카페다. 오래 된 곳이구나, 하고 들어간 카페에는 그 시간동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듬뿍 드는 따듯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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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카페다 보니, 미성년자 출입금지이고, 외부음식 제한, 화장실 사용제한 등의 공지가 붙어있다. 오픈시간은 적혀있지 않았고, 마감시간은 10시. 그리고 카페 안에는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좋은 동네카페가 되어주고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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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공간대여도 하나보다. 2,3층은 올라가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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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에 온통 붙어있는 포스트잇과 사진들, 그리고 수많은 기억과 추억들. 커피를 마시며 읽을 수 있게 책도 많이 놓여져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공간을 그냥 스쳐지나갈 뻔 했다니, 너무 아쉬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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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카페 산책은 이용료도 너무 저렴했다. 그래도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고,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 갈지도 알 수 없는데 모든 메뉴가 2천원이었고, 현금을 옆에 넣거나 계좌 이체를 할 수 있도록 공지를 해뒀다. 잔돈이 없을 수도,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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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용료를 지불하고 옆에 자동커피머신기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면 된다. 컵은 뒤 보관함에서 꺼내오면 된다. 유기농원두를 채워놓으셨나보다. 마시고 가는 사람은 머그컵에, 테이크아웃을 하려는 사람은 한쪽에 마련된 컵을 사용하면 된다. 주인이 없어도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편하게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해둔 세심한 배려들이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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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가 추웠는데,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너무 좋았던 순간. 커피 마시면서 테이블 옆에 붙은 포스트잇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친구/가족/연인 등등 수많은 관계들이 여기에 서로를 향해 따듯한 말들을 남기고, 또 언제가 될지 모를 앞으로를 약속하는 글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몇몇 포스트잇 아래에는 카페 주인의 답장도 달리곤했다. 세상에, 진짜 이렇게나 다정하다고? 다음 여행에 다시 여기를 찾아 자기 글을 찾았을 때, 그 밑에 달린 카페주인의 마음을 보면 얼마나 기쁠까! 라며 약간의 감동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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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포스트잇만 이렇게 나뭇잎 모양이다 :D
나도 누군가의 행복을 빌며 작은 마음을 담아 포스트잇을 붙이고 왔다. 바로 가서 닿지 않더라도 애정하는 마음은 언젠간 그 사람을 향할 거라는 걸 알기때문에 진심을 담았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나와 인연을 맺은 모두의 평안과 각자가 바라는 행복을 꼭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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