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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매일

낮 산책에 만난 고양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들

by 우리의 매일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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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워, 이대로 집안에 있다가는 끝없이 바닥으로 꺼질것만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시선을 돌리면 그나마 조금 나을 것 같아서. 날은 흐렸고, 조금 쌀쌀했지만 오히려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산책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중학생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고양이가 있을 자린데 하고 보니까 얘네 둘이 바위위에서 사람들 시선을 즐기고 있었지 뭐람.
아이들은 고양이가 할퀼지도 모르니 선뜻 다가가지 못했고, 나는 얘랑 구면이고 만지기도 했던 터라 자세를 낮춰앉아 간식을 꺼냈다. 만지려고하니 자꾸 뒷걸음질을 쳤는데, 생각해보니 또 모자 뒤집어 쓰고 마스크까지 다 써서 눈만 내놓고 있어서 또 못알아본것.. 고양이들 진짜 사람 기억하는가.. 결국 쓰다듬어보지 못하고 흑흑...

고맙지만 의심스러운

둘이 늘 함께 다닌다
고등어냥이는 더 경계심이 커서 간식을 주기가 쉽지 않았다
올려주면 치즈냥이가 다 먹고, 던지자니 사방으로 튀어서 가까이 가기가 조금 애매했는데 조금 나눠주고 돌아섰다.

덩치 진짜..ㅋㅋㅋㅋㅋ
귀여워 ㅜㅜㅜ

도서관에 들르기 전에 고양이가 있던 자리에서 간식을 흔들어 봤는데 나오지 않아서, 도서관 가서 책 좀 읽다가 다시 내려왔는데 고양이가 나와줬다..!! 낮에는 확실히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 날 이곳에서 만난 모두가 고양이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이었다는게 나의 힐링포인트였다. 간식을 주는게 조심스러워 구석에 앉아 줬었는데, 고양이를 만나면 주려고 츄르를 가지고 다니다가 꺼내는 귀여운 모녀를 보고는 그 꼬마 아가씨한테 간식을 쥐어주며 먹여주라고 해볼 수도 있었다는 것.

잘 지냈냥?

오랜만에 만난 고양이..!
매일 밥을 주러 오시는 분도 만나게 됐는데, 저번엔 뭔가 쉽게 말을 걸 수 없어서 가시고 난 후 간식을 좀 주곤 했는데, 이 날은 이 턱시도냥을 중심으로 5-6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자리에 있었던 날이었고 마지막 등장이 그분이셨다. 다른 분들도, 이분도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정을 표현하셨는데, 시간마다 와서 간식 주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함께 있던 삼색이는 오늘 같이 오지 않아서 얼굴을 못봤는데, 걔가 애교를 강아지처럼 부리는 애라고 하셨다. 어쩐지.. 내앞에서 너무 애교를 부리더니.. 그런거였군 ㅋㅋㅋ 그리고 둘이 나와서 이렇게 만나는것도 늘 쉽지는 않다고 하셨다. 거의 매번 만났던 내가 운이 좋았던 거구나, 얘네가 나한테 호감을 많이 표현해줬던 거구나.. 갑자기 무한 감동.. 이 자식덜..
간식 챙겨서 또 보러갈게 귀요미들아

웨건을 끌고다니시며 고양이 밥을 주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만나는 그분이 좋아서 가서 부비고 애교부리는 이 턱시도냥이가 귀여워서 말을 걸어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라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오래 강아지를 키우던 분이시고, 강아지를 보내고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쉽지 않은 순간들도 많지만, 100에 99는 좋은 사람들만 있다고 했다. 내가 이 동네를 다니면서 느낀 그대로였다.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구청의 현수막이 걸린 동네이기에 고양이들이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 계절을 잘 견뎌내고 있었다. 밥을 챙기는 사람이 꾸준하다 바뀌다 하다보니 고양이들이 먹는 사료들이 다 달라서, 먹는 사료를 테스트해서 다 따로 챙겨주신다고 했다. 어떤 고양이는 자기 입에 맞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아서 그렇게 굶다가 죽는경우도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시는듯 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고양이, 강아지 ..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나도 그분만큼이나 오래 고양이를 키웠고, 떠나보낸 후의 감정을 알아서 이야기 나누면서 다쳤던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라 처음 보는 그분과의 대화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밝고 쾌활하신 분이고 산책하는 주민들과도 거의 다 인사하고 다니시더라. 어르신들, 젊은 부모들, 아이들 모두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이곳이 너무 좋았다.

근처에서 회사를 다닐때도 여기를 참 좋아했었다
매일 매일 산책을 다녔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들이 참 좋았다.
그러게 몇년이 흐르고 익숙해서 살아보고 싶었던 이곳에서의 생활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한, 두 달 후면 이 동네에서 또 다른 익숙한 곳으로 이사를 가게되는데 가장 아쉬운게 이 장소일것 같다. 주말이 되면 잊지못해 찾아오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또 새로 이사간 곳에서의 생활에 빠져 잊기도 할테지만 여기 참 좋다.

고양이가 바쁘게 걸어간다
야옹하고 불러세웠다
빤-히

풀로 뒤덮혀 돌이 안보이니 저기서 덩그러니 한참을 앉아있는 고양이
그리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고양이 예쁘게도 앉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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