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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매일

선선한 여름밤 산책과 다정한 고양이들

by 우리의 매일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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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여름 밤

옷을 갈아입고 산책길을 나섰던 어느 날, '어? 시원하다' 라고 느껴지는 날이었다.
계절은 속일 수 없구나 싶어 속으로 웃고는 평소보단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양이들을 만나러 갔다. 보통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려는 목적을 하나 더 가지고 가기 때문에 산책, 책, 고양이라는 좋아하는 세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완벽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그것마저 귀찮을 땐 에어컨 켜진 거실에 널부러져 버리고 말지만.

산책메이트 삼색이
산책메이트 삼색이

고양이들이 있는 곳에 가면 풀숲을 두리번 거리면서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한다. 밥을 챙겨먹고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하면 고양이들이 쉬러 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얼굴이 보고싶은 날엔 간식비닐을 비비면서 지나간다. 마침 의자 밑에 있던 삼색이를 발견했고, 이리와-하고 불러내자 총총 걸어와줬다. 의자로 올라와서 간식을 먹이고 싶어서 꼬시는 중이다.

올라와
아이구 잘했어

단 번에 올라오는 턱시도랑 달리 삼색이는 조금 망설인다. 올라오면 내가 막 만져서 그런걸까. 그치만 궁디팡팡 해주면 냅다 배까는건 너잖아...?

아이 맛있어

손바닥에 올려서 줄 때도 있고, 입에 직접 넣어줄 때도 있다. 어떻게 받아먹든 너무 맛있게 먹어주는 고양이가 고맙다.
간식! 간식! 하면서 소란스럽지도 않고 그냥 쳐다만 보거나 가까이와서 앉아있거나 하는 고양이들의 태도가 너무 귀엽다.

손도 핥아준다.

간식을 손에 쥐고 있다보니 손도 자주 핥아준다.
간식 가루를 핥는거겠지만 손가락을 핥아주는 고양이 혓바닥이 까끌하고 좋다.
가까이 다가와 있을 때 보이는 작고 하얀 발도 너무 귀엽다.

꼬리 붕붕

둘이 먹을 간식을 들고와서 삼색이한테 그냥 주다보니 너무 많이 준 것 같아서(나름 칼로리 생각해서 적당량만 주는편) 그만 먹자고 했더니 냅다 뛰어 내려가는 똑똑한 삼색이다. 내려가서 부르니 꼬리 마구 흔드는걸 보고 있으면 진짜 와락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

간식먹고 그루밍타임

그루밍중
열심히 그루밍중

내려와서 열심히 그루밍을 하길래 나도 같이 내려와 쭈그리고 앉아서 쳐다봤다.
고양이보다 훨씬 큰 나를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느끼려면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앉아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줘야 한다. 물론 얘들은 이제 나를 알아서 지나가면 뒤따로 올 때도 있어서 괜찮지만 나도 자세를 바꿔 다가갈 땐 긴장을 풀고 있던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적은 움직임으로 다가간다. 여기에는 나만 있는건 아니니까.

반려두꺼비야 뭐야..

아니 근데.. 반려두꺼비냐고
왜 맨날 같이 있어?
또 소리 질렀음...
쟤는 날 돌로보는거 같고, 고양이는 얘를 친구로 여기는 것 같음..
나 언제 안놀래냐.. 그래도 벽에 궁디 붙이고 있어서 밟을 일 없어 다행이네
저번엔 길 중간에 있어서 발걸음 옮기다 밟을뻔 해서 펄쩍 뛰었단 말이지..
난 놀라면 소리 지르는 편이라서 혼자 이상한 사람 되어버림..

궁디팡팡의 결과
배가 새하얘 ㅜㅜ
등에만 무늬있어서 귀여움..

삼색이 궁디팡팡 결과 : 앉아서 하던 그루밍 누워서 함
근데 삼색이는 머리 만지면 피하는데 궁디팡팡 하려고 손 만 가져다대면 옆으로 스스륵 넘어감ㅋㅋㅋㅋㅋㅋㅋ
귀엽고.. 쉬운 녀석...큭큭
너무 길 중간에서 사람들 다 보란듯이 하얀 배 드러내고 그루밍하길래 안쪽으로 밀어넣느라 애썼다.
아 왜 자꾸 들어가래? 라는 그 표정을 봤어야만..


오랜만에 만난 고등어냥

호엥

예전에 처음 봤을 때 애가 너무 뽀얗고 어려보여서 도망나온 집고양인 줄 알았던 녀석인데, 종종 보이더니 오늘은 물가로 나와있어서 이야기를 좀 나눴다. 여전히 뽀얗구나 고양이여.

손 내밀기

이것 봐.. 이러니까 내가 집고양인줄 알았지
아직도 이러네 이 고양이ㅜㅜㅜㅜ
코인사를 해준단 말이여 경계심이 꽤 많은데도 말이지
턱시도가 없어서 남았던 간식을 꺼내서 고등어냥에게 주었다.
비닐소리 들으면 눈 반짝이며 돌아보는데 진짜 껴안고싶은 충동.. 참았다.
물론 얘는 쓰다듬도 허락하진 않음
ㄴ 당연함 세번째봄

간식먹고 쉬는중
편하다냥

간식을 돌 위에 올려놓고 시선이 그까지 오게 톡톡 쳐줘야 어딨는지 확인하고 먹는다. 예전에 그냥 올려놓기만 하고 멀찍이 서있어봤는데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간식일 경우 빨리 못찾아서 간식 줄 때마다 하는 습관이 됐다. 바로 먹고는 풀 아래 경사진 바위에 툭 하고 기대어 누웠다. 귀여워서 다가갔다가 애가 놀래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휴식 방해해서 미안해ㅜㅜㅜㅜㅜ

나리꽃이 예쁘다

하얀 나리꽃 처음 보는 거 같아서 예뻐서 찍었다

안녕!!!

너.. 아는애 같은데? 하면서 저번에 다가갔더니 등을 슬쩍 내줬던 치즈냥
어두우니까 치즈냥도 나를 처음엔 좀 경계했는데 내가 계속 나야!! 나라니까 이러면서 혼자 쑈하면서 친한척 하니까 받아줌.. ㅠㅠㅠㅠㅠ

낙엽위에 누워서 손길 받아주는 치즈냥 ㅠㅠㅠ 곁에는 같이 다니던 고등어냥이 있었다.
걔는 아직.. 한 번도 못만져봄 ㅎㅎ 치즈냥이는 머리 만져주면 좋아해서 머리 만져주고 귀 만져주고 돌아섰다
간식을 다 주고와서 줄게 없어서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여기서 만나자고 돌아섰다.

여러번의 계절을 지나는동안 계속 만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이 점점 켜져갔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고맙고, 다정한 사람들의 마음이 고맙고, 적당히 경계하고 적당히 다가오는 고양이들이 고맙고,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것도 고맙다. 언젠가 이 동네를 떠나게 되더라도, 2주에 한 번이라도 고양이들을 만나러 시간을 내고 싶어졌다. 단조로운 일상에 늘 꽃을 피워주는 사랑하는고양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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