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 밤, 늘 같은곳에 있던 고양이를 찾아갔다. 두리번 거리던 내 시야에는 다른 곳에 누워 나를 쳐다보던 삼색고양이가 들어왔고, 가까이 다가가 마스크를 내리고 늘 내던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매일 출근길에 인사를 건네다가 주인분의 약간 불편해하는 시선을 느낀뒤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지는 않았던 삼색고양이.
가게가 불을 끄는시간 쯤 집에 가게 되면 길을 둘러 이 삼색고양이를 보고가고는 했는데, 그 마저도 자주 만나지 못해서 내심 아쉬웠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너무 반가웠다. 가게 앞이 아닌 곳이라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면 나를 늘 저 눈빛으로 바라보는게 너무 귀엽다.
이 고양이는 나를 안다.
오랜만이거나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거나 하면 일단 경계를 하고, 눈빛도 달라지지만 내가 가까이 가거나,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다 보여주거나, 익숙한 목소리를 들려주면 바로 경계를 풀고 냐-아앙 하면서 총총 내게 걸어오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지금은 가게 바닥이 아닌, 어느 구조물 위에 누워있어서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입구를 막지 않는 구석에서 고양이를 불러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내가 누군지 아니까, 자기한테 호의적인걸 아니까 그냥 드러누워버린다.
저기 ..혀 빼꼼 나오셨어요
옆으로 누워있는 고양이의 옆퉁이에 손을 올리고 토닥토닥해주고, 긁어주면서
잘 지냈어?
아이구 귀여워
아이 예뻐
계속 말 걸면서 만져주었다.
기분이 좋아진 삼색고양이는 허공 꾹꾹이를 시작했고 눈을 지그시 감고 긁어주는 손길을 즐겼다.
너무 귀여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발끝만 하얀 이 삼색이의 찹쌀떡은.. 정말이지..!!!
기분 좋아져서 턱 들고 꾹꾹이 하다가 기지개펴고 아주 난리가 난 고양이다.
더운 여름의 저녁시간이라 조금씩 부는 바람을 쐬러 위로 올라왔나보다 싶었다.
기분 좋은 시간을 내가 방해한건 아니길.
기분 좋아진 고양이는 배를 더 드러냈다.
이 고양이는 배도 만지게 해주는 고양이다.
뽀얀 털 사이로 분홍 배가 보일때면 진짜..
혀수납도 까먹고 그냥 기분이 좋은 삼색고양이는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덥고 지치는 여름 밤에, 함께 있는 잠깐의 시간이 가을 바람 부는 날처럼 기분 좋았다.
존재만으로 나를 힘이 나게 만드는 고양이.
......
즐길만큼 즐긴 고양이는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집으로 보낸다.
가라 길집사여
또 보자 길집사여 다음엔 캔따개로 돌아오거라-
'매일의매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좋아 꼬리로 손 감싸는 고양이 (0) | 2022.08.11 |
---|---|
혀수납을 잊은 여름날의 고양이 (0) | 2022.08.07 |
사람이 너무 좋은 강아지 (0) | 2022.08.05 |
오락가락하는 날씨여도 (0) | 2022.08.05 |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란 (0) | 2022.08.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