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이 대하여
냥냥이시집


고양이를 안아올려 집사를 안아주듯 자세를 취해보면
작고 대단한 이 고양이가 나를 안아주는것만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몇번 해보지도 못했지만.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로 잊히겠니
아무도 할퀴지 않는 밤이 여러 번 지나더라도
장롱 밑에서 내 털을 보고 울지나 말거라
-
문득 읽어내려가다 엉엉 울었던 부분
점점 사라지는 모든곳에 존재했던 털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의 십 년
당신의 평생
당신의 십 년
나의 평생
-
당신의 17년
나의 평생

가끔은 못된 사람이 되어 일생을 살고 싶었어.
모든 것이 쉬어질 것 같아서.
더 이상 잃어버릴 것도 묻을 것도 없는 날이 계속된다면 초는 녹아내려도 좋았단다.

마음은 선택이야
마음에 들어온 걸 선택하는 거야
내가 선택한 고양이야

나 찾고 있지? 하나도 안 보이겠지만
네 목소리 다 듣고 있어
네가 부르는 내 이름 다 듣고 있어
-

그 작고 여린 손으로 내 손을 잡고 17년을 곁에 있어준, 지금도 생각만으로 눈물이 왈칵나는 내게 가장 소중했던 고양이.
내가 내 고양이의 세상이고, 전부라고 생각했던것처럼, 나에게도 내 고양이가 내가 가진 세상 전부였음을 알고있었을까. 알고있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처음으로 책임지고 싶었던 존재였고, 그런 존재의 상실을 견뎌내는건 앞으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
보고싶어서 내내 울던 날에는 길을 걸으면 거짓말처럼 길 위의 고양이들이 다가왔다. 오래 못보던 고양이들이 보였다.
내가 모든 고양이들에게 위로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
함께하는 어느 하루도 당연하지 않았고, 함께하지 못하는 하루 하루는 내내 그립고, 종종 버겁고, 자주 울음이다.
예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것, 잠결에 쳐다보던 등을 토닥여주는것, 턱밑을 긁어주면 고개를 들어 눈을 감는것, 기분 좋게 그르릉 거리는 배에 귀를 대고 잠시 함께 하는것, 동그랗게 말아누은 등 뒤에 살짝 기대어 같이 자는 것.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리 잘해줘도 미안한것만, 후회만 남는건 어쩔 수 없지만 좋기만 했던 17년 중에 자꾸 슬픈 2개월만 떠올라 아프다.
내가 나만 돌보는 동안, 내 고양이도 나만 돌봤던것 같다. 너도 너만 돌봤으면 좋았을텐데.
아주 덥고 뜨거운 여름에 태어나 가을에 나를 만나서, 수없이 많은 사계절을 보내고 어느 가을에 나를 떠난
사랑하는 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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